주말 내내 시위…‘낙태권 폐지’ 거센 후폭풍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50년 전 판결을 폐기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주말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다. 민주당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는 낙태권 폐기에 반발하는 항의 집회가 이어졌고 공화당 주도 지역에선 찬성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낙태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계기사 2면〉 LA에서는 지난 주말 사흘 내내 집회가 계속됐다. 특히 다운타운 연방법원 앞에서는 매일 수백 명이 나와 판결에 항의했다. 참석자들은 "낙태가 아니라 총기를 규제해라(Ban Guns, Not Abortions)", "내 몸은 내가 선택(My Body, My Choice)"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옷걸이를 들고나온 시위대들도 눈에 띄였다. 옷걸이는 위험한 낙태 시술의 상징이다. 합법적인 낙태 기회를 얻지 못한 국가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 철제 옷걸이로 자가 낙태를 시도하는 데서 비롯됐다.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한때 격화하기도 했다. 판례가 나온 당일인 24일 밤 다운타운에서는 항의 시위자가 경찰에 끌려가고, 경찰이 총을 겨누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관에게 화염병을 던져 화상을 입힌 라틴계 남성과 경관의 경찰봉을 빼앗으려 한 20대 라틴계 여성이 체포됐다. 마이클 무어 LA경찰국장은 "폭력은 헌법에 보장된 시위권이 아니라 범죄다. 폭력에 가담한 시위자들은 끝까지 추적해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주말 시위는 LA 뿐만 아니라 뉴욕, 피닉스, 애틀란타, 휴스턴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뉴욕에서는 25일 자정이 넘은 시각 맨해튼 42스트리트 일대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 가운데 25명 이상이 뉴욕시경(NYPD)에 체포되기도 했다. 애리조나 피닉스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도 지난 24일 일부 참가자가 의사당 창문과 문을 두드리거나 발로 차는 등 시위가 격화하자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낙태 반대론자들의 맞불 시위도 이어졌다. 지난 25일 아이오와주에서는 낙태 반대론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모는 트럭이 낙태 찬성 시위대에 돌진해 여성 두 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 24일 연방대법원은 1973년 낙태권을 합법화한 이른바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약 50년 만에 9명의 대법관 5대 4의 비율로 폐기를 결정했다. 대법원의 판결 직후 미주리, 아칸소, 오클라호마주 등 9개 주가 즉각 주법으로 낙태를 금했다. 텍사스, 애리조나주 등 12개 주는 곧 금지 조치를 도입할 예정이고 인디애나,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9개 주 역사 유사한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어 50개 주 중 30개 주에서 사실상 낙태가 금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낙태 문제를 둘러싼 득표전이 본격적으로 불붙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유권자의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고 지역 선거운동으로 조직화하기 위한 웹사이트까지 개설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판결이 교외 지역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자극할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다. 반면 공화당에선 선거의 근본 구도가 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번 판결의 영향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 CBS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9%는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지한다는 응답은 41%였다. 또한 58%는 낙태를 합법화하는 연방 차원의 법률 제정에 찬성했고, 42%는 반대했다. 정구현 기자낙태권 후폭풍 낙태권 폐기 항의 시위자 시위대 가운데